우리는 사람과 마주한 상황에서는 상대에 대해 어떤 인상을 형성하여 그것을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사람이란 직접 만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같이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서도 인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인상을 바탕으로 하여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물론 그 사람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추측은 대부분 맞지 않고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관계를 어렵게 할 때가 적지 않다.


가령 우리가 길을 가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샐러리맨이 대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해보자." 저거 뭐야. 별 이상한 사람 다 있네."라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왜 저러지? 옷차림이나 얼굴 모습을 보면 막돼먹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혹시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 아닐까? 저 사람 도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얌전한 사람일 것 같은데... 저 사람 잘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식의 일련의 생각을 순식간에 할지도 모른다.
술을 마시고 소리 지르고 있는 모습에서 집에 잘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앞으로의 행동의 예측까지 단번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지하철을 타서 좌석에 앉아 있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미모의 여성이 탑승한다.
그 여성을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생각들이 오갈까?

"어디 결혼식에라도 가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오늘 토요일이군. 한복을 입은 것을 보니 신랑이나 신부의 가족인 듯한데 쪽일까? 신부 쪽일까?"이라는 식의 어찌 보면 별 쓸데없는 생각들이 오갈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모든 사람을 보고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주위와 좀 다른 모습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 다시 말하면 우리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마음속에서 이러한 일련의 추론하곤 한다.


스나이더 Snyder M. 스완 swan, W. B. 이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우리가 처리하는 과정을 '주목', '속사 판단', '귀인', '관련 특성의 추측', '인상 형성', '장래 행동의 예측'이라는 6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주목
우리가 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우리의 주의를 끄는 특이한 모습이나 행동의 사람을 보면 인상 형성이 시작된다.
따라서 우리의 주의를 끄는 시선이야말로 인상 형성의 시작이자 필수조건이다.

속사 판단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다양한 판단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앞의 예에서 본다면 “아무리 술에 취했더라도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데………”라는 식으로 판단하고 불쾌감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귀인
귀인이란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원인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일이 생겨난 이유를 알지 못하면 불안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주목하는 행동이나 모습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관련 특성의 추측
귀인 과정이 일어난 다음에는 모습이나 행동과 관련된 다른 특성들을 추측해보는 과정이 일어난다.
“저렇게 비싼 한복을 입었으니 돈 많은 집 딸인 것 같은데, 왜 지하철을 타고 갈까?"라든지 “저 사람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얌전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과정이다.

인상 형성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상대에 대한 인상이 형성된다.
이후의 모든 예측은 이 인상 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상 형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장래 행동의 예측
우리들은 다른 사람이 주는 몇 가지 정보를 기반으로 그 사람이 앞으로 할 행동까지 예측해 버리는 버릇이 있다.
가령 “술 마시고 저런 막돼먹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출세하기 힘들 것이다.", "저 여성은 한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행동들을 추측해보곤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우리의 다른 사람에 대한 인상 형성이 상당히 정교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러한 판단이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너무 우리 편한 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고 또 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자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신이란 것이 대단히 착각 덩어리일 경우가 많다.
기준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보니 판단 자체가 부정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앞의 예에서 살펴보자. 우리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대뜸 판단해 버렸다.
이러한 판단에는 그날이 토요일이란 것이 한몫했다.
하지만 한복 입고 갈 데가 결혼식밖에 없을까? 또 결혼식은 토요일에만 한다는 법이 있던가? 토요일에 한복 입고 가면 무료입장시켜주는 미술관도 있다고 하니 얼마든지 거기에 가는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번 판단을 내려놓으면 거기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가령 그 여성이 쇼핑백이라도 들고 있었다면, 그것을 우리는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이나 답례품일 것이라 지레짐작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상 형성은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친밀한 사람이나 그다지 친밀하지 않더라도 알고 지내는 사람에 대한 인상 형성에도 똑같은 과정이 적용된다.
그 결과 별것 아닌 상대의 행동으로 상대의 성격이 이럴 것이라 판단하고 또 앞으로 이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 지레짐작해 버린다.
사실 이것 때문에 잘 되어갈 관계도 망쳐 버릴 때가 많다.

사람의 행동이란 성격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성격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황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성격 때문에 그렇다고 판단해 버리고 몹쓸 사람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관계를 멀리해 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행동 하나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어떤 행동이 성격이라는 요인 한 가지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우리의 행동이란 것은 의외로 다양한 요인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질 때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좋은 관계를 이루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행동을 보고 형성한 인상으로 상대의 성격과 장래의 행동까지 추론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람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마음가짐만 갖더라도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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